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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포 2세 공직진출 막는 ‘선천적 국적법’ 헌소 제기
전종준 변호사, 지난해에 이어 재도전…이번엔 자신의 아들문제로
“인간의 기본권 침해…이번에야말로 ‘불합리’ 반드시 해결하자”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김세진 특파원 = 한인 2세들의 발목을 잡는 선천적 국적법에 대한 헌법 소원이 22일 헌법재판소에 접수됐다.
지난해 9월 재미교포 대니얼 김(25)의 사례를 대리해 헌법 소원을 제기했던 미국 버지니아주 거주 전종준 변호사는 이번에는 자신의 아들 문제로 다시 소원을 제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제적으로 이민법 전문가로 유명한 전 변호사의 아들인 벤자민(23)은 지난 3월 자매학교인 한국의 연세대에서 공부하기 위해 입학허가를 받았다.
미국 시민권자인 벤자민은 한국행 학생비자를 받기위해 워싱턴DC 한국 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낭패를 봐야했다.
부친인 전 변호사가 미국 영주권자였기에 벤자민은 선천적으로 한국 국적을 자동으로 갖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한국인이기 때문에 학생비자는커녕 오히려 한국에 가려면 한국 여권을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출생신고부터 해야 했다. 미국의 시민권자가 다시 한국인이 돼야 하는 상황인데, 법 조항에 따르면 18세가 되는 해 3월에 국적이탈을 하지 않은 관계로 38세가 되는 해까지 병역의무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적이탈도 못한다.
벤자민은 출생신고에 관한 서류와 병역 면제신청, 그리고 한국 여권 신청 등 복잡한 민원서류를 걱정하다 결국 한국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엄연히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미국 정부가 과연 벤자민을 미국정부를 위해 일하는 고위직에 임용하길 꺼릴 경우 한 자연인으로서 크나큰 불이익을 당할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의 육군·해군 사관학교 입학도 안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 변호사는 전했다.
전 변호사는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이민법 전문 변호사인 나조차 선천적 국적법의 실태를 잘 모를 정도인데 이민을 와서 사는 부모들 가운데 자식이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까지 반드시 뭔가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애초에 병역기피나 원정출산을 막기 위해 법을 만들었는데 엉뚱하게 해외에 거주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까지 확대 적용된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미주 동포뿐 아니라 전 세계 해외동포 2세들의 기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국적법을 시정하기 위해 자신의 아들의 사례를 통해 헌법 소원을 제기하게 됐다고 전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제기했던 대니얼 김의 헌법소원이 각하 결정을 받은 것은 청구기간이 지났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이번 헌법소원에서는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공권력의 불행사나 법규의 내용인 경우 기본권 침해 사유는 계속적으로 생긴다’는 이론을 전개했으며, 특히 국적 이탈 시기를 제대로 통보해주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 위반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행 국적법은 국내 거주자와 해외 거주자를 동일하게 취급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전 변호사는 지적했다.
이와함께 선천적 복수 국적을 지닌 남성의 경우 만 18세 되는 해 3월말까지 국적을 이탈해야 하나 여성의 경우에는 만 22세까지 국적 이탈을 해도 되는 한편 남성의 경우에는 국적 이탈시기를 놓치면 20년 동안 한국 국적 이탈이 안돼 미국내 공직진출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나 여성의 경우는 22세 때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말소가 돼 공직진출이 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이 또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전 변호사는 “선천적 복수국적의 이슈는 병역면제를 요구하는게 아니다”고 강조하면서 “특정시기에 국적이탈 기회를 놓치면 해외동포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한국의 국제화를 저해하는 현상을 고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법무법인 ‘로고스'(담당 변호사, 최중현, 모형관)가 해외 동포사회의 긴급 현안인 점을 감안해 무료로 수임해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