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 연방하원의원과 이중국적의 굴레

최초 한인 민주당 미 연방하원의원이 탄생했다. 공화당이었던 김창준 의원 이래로 20년 만이다. 새로운 연방하원의원 탄생을 환영하는 가운데 한인 2세들의 미 주류사회 정계와 공직 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의 어두운 그림자를 재조명해 보게 된다.

불행한 것은 선천적 복수국적법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쉬운 예를 들어보자.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인 멜라니아(Melania)의 아들 베론(Barron)이 2006년 3월 20일에 태어날 당시 멜라니아는 미국 영주권자였다. 만약 멜라니아가 한국 국적 소유자였다면, 트럼프의 아들 베론은 한국국적과 미국 국적을 함께 가지는 복수국적자가 되었을 것이다.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에 의해 베론이 만 18세 되는 3월말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은 경우, 38세 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 할 수 없게 되어 대통령 아들도 미 정계나 공직 진출의 장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베론이 만 18세 전에 한국국적을 이탈한다고 하더라도 복잡한 국적이탈 절차를 밟아야 하고 더우기 한국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기에 이중국적 증거를 남기게 된다.

멜라니아가 한국인이었다면, 트럼프를 ‘한국 사위’라고 부르며 큰 화제거리가 되는 만큼, 베론의 이중국적 논란으로 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는 이에 비례할 것이 뻔하다. 분명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에도 큰 타격이 예상되기도 한다.
반면 멜라니아의 모국인 슬로베니아(Slovenia)의 국적법은 베론의 이중국적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멜라니아는 아들이 태어난 후 약 4개월 뒤인 2006년 7월에 미국 시민권을 받았다고 한다.

슬로베니아 국적법에 의하면 슬로베니아 국적의 부모에 의해 해외에서 출생한 자는 두 부모가 출생을 등록하거나 혹은 18세 전에 슬로베니아에 와서 영주해야만 슬로베니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들 베론의 출생신고를 슬로베니아에 하지 않아도 되고 또한 국적이탈을 할 필요도 없다. 비록 어머니가 슬로베니아 국적이라고 해도 아들 베론이 슬로베니아 국적취득의 의도가 없는 한 슬로베니아 국적은 자동 말소된다.

따라서 트럼프의 아들 베론은 이중국적 문제 없이 미국 태생 시민권자로서 자신 뿐만 아니라 아버지 대통령에게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국적유보제를 채택한 슬로베니아 국적법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이중국적을 부여하여 피해를 주는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 보다 휠씬 세계화 지향적이다.

한인 2세 최초 민주당 연방하원의원의 주인공인 대니 김은 36세라고 한다. 대니 김이 한국에서 출생하였고 미국에서 자랐다면 한국국적이 자동말소 되었기에 이중국적으로 인한 정치적 소용돌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대니 김이 미국에서 태어날 당시 아버지가 한국인이었고 1983년 5월 25일 이후에 출생했다면 선천적 복수국적법에 의해 이중국적을 가지게 된다.

또한 한인 최초 여성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했던 영 김은 아깝게도 역전패 하고 말았다. 이제 한인 2세 여성이라고 해도 한국의 이중국적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국적 자동 상실제도의 폐지로 인해 여성이라고 해도 1988년 5월 5일 이후 미국에서 출생했을 경우 한국국적선택 불이행시 한국국적을 보유하게 된다. 따라서 한인 2세 여성 중에 현재 30세 미만의 여성이 공직이나 정계로 진출하게 되면 이중국적 시비에 휩싸이게 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한인 2세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까지도 이중국적의 피해의 정도와 범위는 눈덩이처럼 갈수록 커져만 갈 것이다.

결국 한인 2세, 3세의 미 주류사회 진출 좌절이란 불상사를 미리 막으려면, 하루속히 잘못된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을 슬로베니아 법처럼 국적 유보제나 국적당연상실제도로 개정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20년 만에 탄생한 미 연방 하원의원이 이번으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종준 변호사, VA>

<출처:http://dc.koreatimes.com/article/20181129/1217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