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임기를 종신제로?
미연방 대법원장 렌퀴스트.
그는33년 재임중 서거했다. 바로 이것이 미 대법원 판사의 종신제를 의미하는 것이며, 한국 헌법이 미처 생각 못해본 매우 중요한 제도인 것이다.
한국 헌법상의 고질병은 제왕적 대통령제이다. 즉, 대통령이 입법부와 사법부 위에 군림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 이유인즉,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탄핵소추결정권이 헌법재판소에 있고, 또한 대법원이 대통령을 견제 할 수 있는 위헌법률심사권도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고개를 드는 내각 책임제의 당리당략식 극약 처방보다는 오히려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를 종신제로 바꾸는 대안이 어떨까한다.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력의 노른자가 모두 헌법재판소로 집중되어 있는 만큼, 헌재 재판관의 6년 임기제를 종신제로 바꾸면,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소신껏 재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그러면 새로운 민주한국이 보일 수 있을터인데…
법보다는 주먹이 앞섰던 미국의 1950-60년대.
흑인을 몽둥이로 때려 죽이고 피부색이 다르면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인종차별 국가였다. 그리고, 대통령을 암살하기까지 했던 나라가 미국이었다.
이러한 미국을 오늘의 민주국가로 만든 장본인중 하나가 바로 워렌(Warren) 미 연방 대법원장이다. 그는 헌법에 위배된 법률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려 흑인과 백인이 손잡고 같이 학교에 다닐수 있게 하였으며, 형평의 원칙에 입각한 인권회복을 위해 기여하였다.
원래 워렌 대법원장은 공화당 출신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의해 1953년 임명되었다. 그러나 워렌 대법원장은 공화당의 당론에 관계없이 소신껏 판결을 내렸다. 즉, 자신을 임명해준 대통령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양심대로 판결 할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종신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이 종신제를 택한 이유는, 영국 식민지 시절 경험했던 군주정치와 억압을 제도적으로 예방하기 위함이었다.
결국, 헌재 재판관의 종신제는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도구가 되며, 법치국가의 백년대계를 도모하는 길이 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