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오바마’를 위해서
드디어 한국 국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출생 당시 부모의 한국 국적때문에 자동적으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어 미 공직진출의 발목을 잡힌 한인 2세들을 위해 국적이탈 기간 연장에 관한 법안 상정을 예고했다.
소위 ‘홍준표 법안’에 의하면, 한인 2세 남성은 18세 되는 해 3월말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38세까지 한국국적을 이탈을 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한인 2세는 이런 규정도 모르고 또한 복잡한 이탈절차 때문에 이탈을 하지 못하여 이중국적자로 38세까지 남아서 미국 공직 진출이나 사관학교 진학등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작년 10월에 있던 국회토론회에서 필자가 주제발표를 한 것이 입법추진으로 연결되어 참으로 뜻깊은 일이다. 토론회에서 국적법 입법과정에 참여했던 한 분은 “현행법은 병역징집 대상의 확보를 고려했다”고 고백했다. 즉 현행법은 해외 한인 2세가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제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호적에도 올리지 않았고 또한 한국에도 나갈 의사가 전혀 없는 한인 2세들까지 부당하게 이중국적의 족쇄를 씌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상정될 국적이탈 기간 연장은 제한적 법안이기 때문에 위헌여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설령 기간 연장을 해준다고 해도, 현재 국적 이탈 규정을 아는 사람들만 신청할 기회가 있는 것이고, 아직도 이런 한국 국적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이탈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큰 도시를 제외하고 미국 중서부 작은 군부대에서 미국 군인과 결혼하여 사는 한국인 아내는 자녀의 국적 이탈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적 이탈을 하면 될 것 같지만 국적이탈조차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국적 이탈을 신청하려면 한국 호적에 출생신고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 신원조회시 이중국적을 가진 적이 있는 증거를 남기게 된다. 국적 이탈 절차는 부모가 먼저 국적 상실 신청서 제출, 결혼증명서 번역공증 제출, 자녀 출생증명서 제출, 자녀의 국적이탈 신청서 제출등을 제출하여야 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한 비용 부담과 함께 1년 정도의 소요기간이 요구된다.
미국은 한국의 100배나 큰 나라이다. 그러나 한국 영사관은 고작 10곳 밖에 없다. 미국외 타 국가의 사정은 더더욱 열악하다고 할 것이다. 미국에 어려서 온 미국 시민권자 한인은 본인의 출생증명서를 구할 수 없어서 결국 자녀의 국적이탈을 포기하고 또한 미국태생 남편의 서류를 준비하는 것도 큰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남편과 사는 한국인 아내 마저도 “왜 내 아들이 한국 이중국적자이여야 하고 또한 한국국적 이탈 신청을 해야 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국적이탈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전문가의 부재이다. 국적이탈 대상자에 포함되는 사람은 1988년 5월 4일 출생한 자 이후부터 적용이 된다. 또한 1998년 6월 13일 이전 출생자의 경우 아버지가 한국 국적이면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해당된다. 더 나아가서 1998년 6월 13일 이후에 출생한자 부터는 부모 중 한사람이라도 한국국적자인 경우에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국 국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한 법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전문가가 없고 또한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주먹구구식 이중잣대 규정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소수의 원정출산이나 편법적 병역기피자를 잡으려고 800만 해외동포 자녀들에게 국적이탈 신청을 요구하는 것은 국익에 반하고 또한 해외동포에게 법적 부담을 지게 하는 행정편리식 입법이 아닐 수 없다. 한국으로 재입국하는 한인 2세에 대한 조치는 현행 규정으로도 단속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미국에 살고 있는 병역과 무관한 한인 2세들에게 이중국적자 낙인을 찍게 하는 국적법은 분명 형평의 원칙과 국민정서라는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버지의 케냐법에 의해 이중국적자였지만 케냐법에 의해 성년이 될 때 자동적으로 케냐국적이 상실되었다. 즉 국적이탈을 할 필요도 없이 오바마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 국적법에 의해 38세까지 한국국적을 이탈하지 못하는 한인 2세는 만 25세의 연방 하원의원, 만 30세의 연방 상원의원, 만 35세의 대통령 출마를 어렵게 하고 있다. 사관학교나 신원조회를 하는 공직 진출도 막연하다. ‘제 2의 김창준’은 20년 넘게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 손해고 미주동포도 손해다. 그 결과로 한인 2세 자녀의 미국 공직진출의 발목을 잡는지도 모른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필자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의하면, 단순한 국적이탈 기간 연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즉 외국에 거주하는 복수국적자들에게 어떠한 통지(Notice)를 주기는 커넝 공고조차도 하지 않았고, 한국어 구사능력이 없어 한국 법적절차를 스스로 알아 낼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한국 국적법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해되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단순한 국적이탈 기간 연장은 땜질식 임시 방편이기에 근본적인 대체 입법이 나오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을 통해서 국적법 개정을 추진하고자 한다.
선천적 복수국적의 이슈는 해외동포만의 문제이거나, 혹은 여당, 야당의 문제도 아닌 대한민국의 이슈이다. 잘못된 법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만 더 나쁜 것은 잘못된 법을 알면서도 제대로 고치지 않는 것이다. 한국계 ‘오바마’를 위해서 케냐법처럼 국적법을 바꾸어 한국의 진정한 세계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