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을 바라보며
“오마이 갓, 미국이 미쳤다” 또는 ”미국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트럼프 대 이변에 대한 충격과 놀라움에 빠진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렇다면 예상을 뒤집고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반전은 왜 생겼을까?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어하는 말만 들으려는 경향이 있다. 선거 유세 중,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종교차별적 막말과 모욕에 박수치며 열광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말을 숨겼다가 투표로 본심을 보여준 듯 싶다. 그동안 불황을 겪고 있던 미국 경제에 싫증이 났던 도시 외곽지대의 미국민들이 대통령의 자질이나 인간성보다는 “그저 경제나 살려다오”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던 것 또한 이변을 낳은 원인인 것 같다.
카나다 이민 사이트가 마비가 될 정도로 일부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상식과 관용이 통하는 미국에서 “막말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장차 미국의 방향이 안개 정국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번 트럼프의 대 이변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미국 이기주의’를 대변하고 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는 개인을 넘어서 국가로 전염되고 있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영국이 유럽탈퇴를 선언한 브렉시트에 이어,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연이은 “국가 이기주의의 도미노”를 뜻하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이기적 고립의 팽배는 화합과 평화보다는 분열과 분쟁의 원인이 되어 전염병처럼 퍼져나가는 것을 보고 있기에 두렵다는 생각까지 든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 중에 주한 미군 분단금 언급에 대해 한국계 하바드생 조셉 최가 정면으로 반박했을 때, 트럼프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 한국에서 왔나요?” 최군은 “아닙니다. 저는 텍사스 주에서 태어났고, 콜로라도 주에서 자랐습니다” 라고 말했다. 오바마 출생증명서를 보자고 했던 트럼프의 한국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은 한인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한인은 이민자이며, 소수민족이기에 트럼프의 당선에 대한 반응은 아주 민감하게 나타나고 있다. “어떻게 되는거에요, 앞으로 저는 추방되나요?” 라고 체류신분 없는 분이 울면서 전화를 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도 추방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아닌 걱정을 하는가 하면, 현재 영주권 신청 중인 사람들도 이제 신청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한인들의 신분문제를 위협하는 트럼프의 반이민정서가 벌써부터 큰 우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약 25만명의 한인 이민 서류미비자의 가정을 살리고, 한인 경제를 살리는 이민구제안에 대한 기대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 한 사람이 이민정책을 좌우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런 힘든 상황일수록 피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정면으로 도전하고 돌파해 나가야 한다. 영주권자는 속히 시민권을 따서 투표로 권리를 행사하고, 한인 2세들은 미국의 정계나 공직진출등을 통해 미 주류사회에 깊이 들어가야 한다. 특히,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이 한인 이민 2세들을 불합리하게 이중국적자로 만들어 미국 정계나 공직 진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이번을 교훈삼아 신속히 국적법을 개정하여 한인의 미국내 정치적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다. 트럼프가 변하길 바라기 전에 우리가 먼저 변해야 새로운 희망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트럼프는 막말과 황당공약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실수를 인정하고 말을 바꿀지 두고 볼 일이다. 이런 ‘트럼프의 딜레마’가 4년 뒤에 트럼프를 재선시킬지 아니면, 새로운 이변이 일어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미국의 특이한 선거방식으로 인해, 전체 투표에서 힐러리는 20만표를 앞섰지만, 선거인단 투표수에 졌다. 비록 표심과 민심에 차이가 있지만, 지금은 우리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힐러리가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힐러리는 빨간색의 공화당과 파란색의 민주당을 섞어낸 보라색 옷을 입었다.
‘본인이 지면 불복하겠다’는 트럼프의 막말과는 달리 ‘우리 함께’를 외치는 힐러리의
모습처럼, 이제는 미국의 전통방식대로 트럼프를 도와 위대한 미국을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모든 사람과 모든 국가의 불안과 우려의 시선을 안도의 시선으로 바꾸어 주고, “역시 미국이다”라고 외칠 수 있는 명실공히 미국의 대통령, 세계의 대통령이 되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