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는 사랑
워싱턴 탁구협회 회장을 맡은지 어언 5년이 되었다.
지인에게서 탁구협회 회장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저하다가 맡았는데 세월은?너무도 빨리 가버려 본의 아니게 장기집권을 하고 말았다. 20여년전, 한인 YMCA 주최로 교회 대항 탁구대회에 참가했던 추억을 되살려 워싱턴 탁구의 역사를 계승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처음 회장을 맡았을 때는 그동안 수고해주시던 전 회장단의 도움으로 탁구사랑을 부각시키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동안 잠시 중단되었던 교회대항 탁구대회를 다시 개최함으로 회원들도 열정을 가지고 연습을 시작하였고 여기저기서 탁구와 함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작게 시작한 협회원들의 열정과 열심이 조금씩 열매를 맺으며 이제는 회원의 숫자도 300명 이상 늘어 국제대회까지 거뜬이 치를 수 있는 협회가 되었다.
처음에는 친목과 교회대항 정도로 생각했던 탁구대회가 이제는 약 15개국의 다민족이 참여하는 국제탁구대회로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사랑과 회원간의 단합이 가장 큰 힘이었음을 고백한다. 밑바닥 난 재정으로 처음 시작했을 때, 한국일보에서는 무료 광고로 후원해 주었고, 서울 장로교회에서는 장소를 무료로 대여해 준 덕분에 탁구대회가 다시 부활 할 수 있었다.
워싱턴 동포사회에서도 탁구사랑이 회복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교회마다 탁구대를 구입하여 성도간에 탁구로 친교를 하게 되고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건강운동으로 말 그대로 탁구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랑에 힘입어 우리의 실력을 점검할 수 있는 대회를 치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탁구를 사랑하고 즐겨치며 탁구장까지 가지고 있는 중국인들 중에는 고수가 제법 많았다. 그들과 함께 처음으로 한.중탁구 대회를 개최한 것은 한. 중이라는 국가간의 벽을 깨고 스포츠로 하나됨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한.중대회를 개최한 뒤, 스포츠의 힘이 크다는 걸 실감하면서 탁구를 통해서 여러 민족과 하나되고 또한 미주류 사회에 한인이 탁구로 섬김을 실천하는 뜻을 실천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미주 한인 동포 사회에서는 처음으로 미국 탁구협회에 정식으로 공인된 국제대회를 전 YMCA 총무의 뜻을 기리고자 “정준영 국제탁구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하였으며, 약 15개국의 다민족이 참여한 ‘탁구잔치 한마당”이 되었다. 이 국제 탁구대회를 위해서 대한항공에서는 한국왕복 비행기표를 상품으로 기증하여 대회의 열기를 더해 주었다.
국제 탁구대회가 날로 커지면서 대회 이름을 “워싱턴 오픈 국제탁구대회”로 바꾸었다. 이번에는 대한항공은 물론이고 정관정에서 탁구대회 우승자에게 수여할 인삼 제품을 기증해 주어서 대회의 규모가 더 커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과 올해에는 미국 랭킹 1위를 했던 선수들 그리고 한국에서는 국가 대표급 선수들이 참여하여 명실공히 국제 공인대회처럼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규모적 성장보다는 한인들의 탁구사랑이 미주지역에 퍼져나갔다는데에 커다란 자긍심을 느낀다. 교회마다 자체적으로 탁구대회를 하기도 하고, 어르신들도 시니어 대회를 개최하시고 연습으로 친목을 다지고 계시는 모습은 너무도 감동적이다.
이런 모든 변화와 성장은 탁구의 열정과 전문지식을 갖춘 협회원들의 사랑과 봉사 그리고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대회 때마다 상금과 상품으로 후원해 주신 분들 그리고 음식으로 봉사해 주신 장재옥 요리 연구가등 마음을 나누어 주신 모든 분들의 사랑에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
이제 탁구협회 회장이 새로 선출되었다. 그동안 아쉬움으로 남았던 청소년 탁구 서머캠프, 탁구장 설립, 그리고 우리만 즐기는 탁구가 아니라 우리의 2세들에게 탁구사랑을 가르쳐 더 나은 탁구협회를 만드는 숙제를 새 회장단에 맡기고 나는 떠난다. 그동안 부족한 나에게?‘탁구는 사랑’ 이란 것을 가르쳐 주신 여러분의 귀한 사랑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면서 새로운 회장단에게 더 뜨거운 사랑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축복합니다. 승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