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명령은 물 건너갔나
오바마 행정명령에 빨간불이 켜졌다.
텍사스 주에 있는 연방법원의 앤드류 해넨(Andrew Hanen) 판사는 오바마 행정명령의 시행을 임시 중지시키는 “가집행(Injunction)”선고를 내렸다. 해넨 판사가 재판 심리에 들어가기 전에 가집행 선고를 먼저 내린 것은 오바마 행정명령이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가집행선고에 의해 18일 부터 시행하려고 했던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 확대 접수가 전격 보류 되었고, 5월 중에 시행하기로 했던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가진 불법체류 부모에 대한 추방유예(DAPA) 접수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해넌 판사의 가집행 선고로 오바마 행정명령의 집행을 중지시킬 수 있었던 법적 근거는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s Act)’위반이다. 놀랍게도, 해넌 판사는 오바마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적 요소나 위법적 요소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단지 행정절차법 위반으로 오바마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행정절차법에 의하면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하려면 ‘통보와 논평(Notice and Comment)’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대한 내용을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하여 통보를 한 뒤 일정기간동안 논평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행정명령에 대해서 이런 절차를 밟지 않고 집행하려고 하기때문에 행정법상의 절차법 위반으로 추방유예를 정지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공화당은 연방 의회에서 오바마 행정명령을 입법으로 무효화시키려고 수차례 시도했으나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연방법원에서는 오바마의 행정명령은 대통령의 초법적인 행위로 헌법위반이란 판결도 성시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이번 가집행 선고는 매우 의외적인 법적 해석으로 풀이된다. 이번 가집행 선고로 인해 추방유예가 정지됨으로 인해 불법체류 청년의 나이 상한선을 폐지하여 새롭게 신청할 수 있던 230,000 명과 3.7백만명에 이르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가진 불법체류 부모의 신청도 중단되게 되었다.
이번 가집행 선고로 인해 2007년 오바마 행정명령으로 인해 이미 추방유예를 받아 취업증을 받은 청소년들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된다. 그러나 이번 가집행 선고는 2014년 오바마의 새로운 행정명령에 국한 된 것이 때문에 2007년도에 추방유예를 받은 청소년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가집행은 새로운 행정명령에만 국한되는 조치이다.
이번 소송은 26개주가 함께 제출했는데 대부분의 주의 주지사가 공화당 출신이다. 또한 26개주는 이민자의 숫자가 소송에 합류하지 않은 주들과 비교해서 상당히 적은 편이다. 따라서 이민자과 관계가 별로 없는 주들이 연합하여 오바마 행정명령을 저지하려고 한 흔적을 볼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가집행 선고에 대해 어떤 조치가 예상되는가?
백악관 측은 제 5순회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한다고 한다. 항소를 하더라도 그 결과는 최소한 4-5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측한다. 일부에서는 제 5순회 연방항소 법원에서 일단 가집행 선고에 대해서 무효처분을 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만약 연방항소법원에서 판결이 나더라고 그에 대한 또 다른 항소가 이어질 수가 있어 오바마 행정명령은 법적 공방으로 법원에서 무기한 연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해넌 판사는 가집행에 이어 오바마 행정명령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리게 된다. 예견하건대, 해넌 판사는 오바마 행정명령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릴 확률이 높다. 무효 판결이 난 후에는 이에 대한 새로운 항소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집행 선고로 인해 추방유예를 신청하고자 했던 사람들이 추방유예 프로그램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의심하게 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추방유예는 영구적인 구제책이 아닌 것이 확증되면서 신청자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명령이 법원에서의 법적 싸움으로 인해 추방유예가 마치 물 건너간 것 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바라기는 추방유예를 법원에서 싸우기 보다는, 이민개혁안을 연방의회에서 하루속히 통과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