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와의 인터뷰 기사 – 선천적 복수 국적법 시정요구

연합뉴스 기사 05/11/2014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4/05/10/0702000000AKR20140510062800071.HTML

<전종준 "선천적 국적법 또 헌소 제기…꼭 해결하자">

“‘특정시기’ 국적이탈 기회 놓치면 20년간 국적 묶어놓아”

미주 한인들 ‘서명운동’ 전개…”한국의 국제화에 저해”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김세진 특파원 = “한인 2세들의 발목을 잡는 이 제도야말로 반드시 고쳐야한다. 꼭 해결하자.”

국제적으로 이민법 전문가로 유명한 미국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전종준 변호사는 11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선천적 복수 국적법이 동포 2세들의 삶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면서 다시 한 번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지난해 9월에도 헌법소원 심판을 대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더욱 광범위한 여론화 노력을 하는 한편 정교하고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 재도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어쩔 수 없이 복수국적을 갖게 된 재외교포가 국적을 포기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현행 한국의 국적법 조항이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강조한다.

국적법에 따르면 남성 복수국적자들의 경우 18세가 되는 해에 제1국민역으로 편입된 때로부터 3개월 내에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으면 만 38세가 돼 병역의무가 면제되지 않는 한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국적법 조항은 지난 2005년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이른바 `홍준표 법안’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중국적을 통한 병역기피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지만 현실적으로 너무나 큰 피해를 재외동포들에게 안겨주고 있다고 전 변호사는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이민을 와서 사는 부모들 가운데 자식이 18세가 되는 해 3월31일까지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내용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특히 한국 정부가 해당자들에게 통보하는 의무도 없는 상황에서, 일정 기간에 신고하지 않은 사람들이 당하는 피해가 너무 큰 현재의 불합리한 점을 반드시 고쳐야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피해사례로는 재미교포 대니얼 김(25)의 경우가 있다. 1989년 1월 미국에서 태어난 김 씨는 당시 부친이 한국 국적을 보유한 미국 영주권자였기 때문에 자동으로 2중 국적을 갖게 됐다.

그는 지난해 6월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의 정부초청 장학생으로 선정돼 서울대 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됐고, 관할 영사관에 유학비자를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국적법 조항 때문에 만 38세가 되기 전까지는 한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고, 한국에서 3개월 이상 체류하면 병역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 씨는 전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 변호사는 “이 조항은 편법적 병역기피와 원정출산을 막으려고 만든 것으로 보이지만 선의의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도 무리하게 확대 적용돼 김 씨의 사례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예외없이 일률적으로 20년간 국적이탈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심지어 전 변호사의 아들도 피해를 봤다. 현재 아메리칸 대학에 재학 중인 그의 아들 벤자민(23)은 지난 3월 자매학교인 한국의 연세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입학허가를 받았다. 벤자민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한국의 역사를 배우고 한국인의 정서를 체감하기 위해 한국행을 결심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벤자민에게 연세대 측은 한국 정부로부터 학생비자를 받아오라는 ‘당연한 요구’를 했다. 하지만 벤자민이 워싱턴DC 한국 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그가 원래 한국인이란 것을 알게됐다.

학생비자는커녕 오히려 한국에 가려면 한국 여권을 사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출생신고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민권자가 다시 한국인이 돼야 하는 상황인데, 법 조항에 따르면 18세가 되는 해 3월에 국적이탈을 하지 않은 관계로 38세가 되는 해까지 병역의무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적이탈도 못 하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미국 시민권자이지만 엄연히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미국 정부가 과연 그런 사람들을 정부 고위직에 임용하겠느냐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육군·해군 사관학교 입학도 안되는 상황이다.

한국의 국적법이 재외동포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지난해부터 국적 및 병역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하고 있다. 올해에는 반드시 선천적 국적법의 문제점을 널리 알려 합리적인 법 운용을 이끌어내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전 변호사는 “국제화를 지향하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한번 국적 이탈 시기를 놓쳤다고 무려 20년간이나 국적을 묶어 놓은 것은 개인의 자유의사를 침해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가 추구하는 해외 우수인재 등용 정책과도 모순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