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만 18세 이후 국적이탈을 제한해온 현행 국적법의 개정안이 한국 국회 법사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 통과 절차를 남기고 있지만 법제화는 이제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우려해온 대로 이 개정안이 한인 2세들의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 해소에 별 도움이 안 될 ‘무늬만’ 개정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의 도입이다. 즉, 현행 국적법의 국적이탈 허용 시기를 놓쳐 피해를 보게 되는 2세들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18세 이후에도 국적이탈을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정법이 시행되더라도 그 요건이 너무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게 불을 보듯 뻔해 실질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된 원인은 한국 정부와 국회가 국적법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에 있다. 헌법재판소의 국적이탈 제한 조항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른 개정 시한이 9월 말로 다가오면서 개정법을 만들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1일부터는 그 조항 자체가 무효화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를 피해가기 위한 제스처만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태생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상황을 근본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이를 여전히 병역기피의 시각으로만 보고 땜질식 처방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국적법 헌법소원에 앞장서 온 전종준 변호사가 그동안 누누이 지적해온 대로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법은 이른바 ‘홍준표법’ 이전으로 돌아가 국적자동 상실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한국의 국적법이 이중국적 자체를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본인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부여된 한국 국적이 17세 이후에 자동적으로 상실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입법이 한국 국회에서 성공하려면 재외 한인사회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변해 줄 국회의원들이 많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입법안을 발의할 재외동포 비례대표 의원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인사회가 뜻과 힘을 합쳐서 국적법 문제의 근본적 개정을 위한 추가 헌법소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살고 있는 2세 한인들의 국적문제 해결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