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만큼 사랑해 본다.

오랫만에 아는 분이 찾아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흥분한 어조로 “영주권 좀 취소시켜 주세요.”라고 퉁명스럽게 말문을 여는 것이 아닌가.
자초지종을 물은즉,, 영주권 신청을 해준 직원이 영주권을 받자마자 도망갔다는 것이다. 동물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은혜를 갚는데, 사람은 은혜를 입으면 원수로 갚는다고 질타한다.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으면 가슴앓이를 할 정도로 미워할까.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한다.
당장 이민국에 조치하여 영주권 취소 처분을 해 달라고 입에 거품을 문다.
가끔 접하는 이런 사연을 들을 때마다 딜레마에 빠진다.
나의 주 임무가 영주권을 받게 해 주는 것이지, 뺏게 해 주는 것은 아닐진데….
상담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 드린 뒤, 스스로 판단토록 하였다.
그리고 나서 몇마디를 건네본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미움과 한을그만 내려놓는 것이 자신을 위한 길이 아니겠냐고 반문해 보았다.
때린 자보다는 맞은 자가 두다리 뻣고 자는 법. 조금 손해보고 지는 것이 결국 이기는 길이 되지 않을까.
오히려 도망간 자를 위해 축복기도를 해 주면 어떨까 라고 권면하면서, 도전을 주었다.
한참 혼동스러워 하더니, “내 믿음이 아직 적어서….”라고 말문을 흐리면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추측컨데, 나의 말이 감동적이였다기 보다는, 나같은 사람이 설마 그런 말을 할 줄은 미처 몰랐기에 충격이 더 컸던 것이 아닌가 싶다.
말은 쉬워도 행동하기는 어려운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운만큼 사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