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링크 http://dc.koreatimes.com/article/20161101/1020929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을 기대하면서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미 역사상 가장 추악한 선거라고 말들이 많다. 이런 시점에서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는 얼마전 일면 톱기사로 “트럼피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공화당 후보는 미국을 변형시키고 있나 아니면 그저 폭로하고 있는가?” 라는 제목으로 다루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언어와 소수민족에 대한 모욕은 좌절과 분노에 가득찬 그의 지지자에게 큰 인기몰이를 가져왔다. 그러나 “트럼프 현상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미 나타난 현상을 그가 증폭시킨 것이다” 라고 결론 지었다.
이 결론은 일부 맞다. 그의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종교차별적인 발언은 아마도 일부 미국인들의 의식 속에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를 외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트럼프를 보며 미국이 개인주의에서 이기주의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트럼프의 막말과 모욕적인 커멘트는 미국 정치의 변형이나 폭로의 발로가 아니라, “나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상대방 후보자나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처럼 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자기중심적인 지지자 층을 타깃으로 하여 자기중심적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주의를 넘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주의를 선동하는 것이 트럼프의 선거전략이 아닌가 싶다.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이기주의’로 보이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선택이다. 정치 또한 선택이다. 좋던 싫던 클린턴이나 트럼프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여야 한다. 두 후보자 중에 “누가 더 대통령직 수행능력과 자질을 가졌냐”로 평가하면서 투표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람들의 선택은 자신과의 이해 관계속에서 좌우하는 것 같다. “누가 나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가”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할 확률이 훨씬 높다는 말이다. 따라서 트럼프는 백인 남성표를 집중적으로 의식하면서 그들에게 이익이 되는 말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상징이요, 세계평화의 기둥역할을 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왔던 미국이 하루아침에 “미국만 살면 된다” 라는 표어를 외치며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던 상관없다”고 외치고, 일부는 박수치며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다”는 힐러리의 구호에 잠시 위로를 받는다. ‘우리가 있어야, 내가 있을 수 있는 세상’에서 ‘나만 살겠다’는 생각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익으로 따져도 미국으로서는 ‘같이 세계평화를 위해, 경제를 위해 함께 일하자’는 힐러리가 나을 것이다.
묻건대,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어느 후보자가 한인들에게 더 유리한 것인가? 먼저 한인과 같은 소수민족을 대변하면서 신분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 줄 힐러리를 선호하고 있다. 미국내 한국인 불법체류자 숫자는 약 2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국가별 순위로 7번째이다. 2008년 시행된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VWD) 이후 한인 불법체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비공식적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오바마 행정명령에 의한 청소년 불법체류자 추방유예(DACA) 신청률도 국가별 순위로 6위이다. 중남미 국가 다음으로 아시아 국가에서는 단연 1위다. 미국내 한인들에게 힐러리의 불법체류자 구제안은 한인 가정을 살리고, 한인 경제를 살리는 획기적인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조국 한국을 생각하는 한인이라면 트럼프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자유무역 협정(FTA) 재검토, 필요시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하는 트럼프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이익을 따진다해도 트럼프는 부담스러운 대통령임에 틀림없다.
미국 건국 초기의 3대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4대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 그리고 5대 제임스 몬로 대통령은 국무부 장관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다. 만약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건국 초기 대통령들처럼 국무부 장관 출신으로 대통령이 되는 역사를 재현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최초 여성 대통령(Madam President)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이번 미 대선은 가장 이기적인 선택이 성공할지, 실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한인들도 빠짐없이 투표하여 우리의 목소리를 반드시 내야만 한다.
<전종준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