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 2세의 선천적 복수국적 재고해야

동포 2세의 선천적 복수국적 재고해야

얼마 전,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하여 서울대 대학원 장학생으로 선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이 좌절된 김성은(Daniel Kim)군의 부모가 내 사무실을 찾아 왔다.

사실 내 아들도 한국으로 보내 공부를 더 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로 포기하고 있었다. 그동안 성은군과 같은 피해사례를 많이 들어 왔고 또한 한국 국적법 개정의 문제이기에 이곳에서 어찌 해 보기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고 그냥 돌려 보냈다.

성은군 부모가 돌아간 후, 줄곧 마음이 편치 않았고 고심하던 차에 한국일보에서 이 이슈를 집중조명하면서 동포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것을 보았다. 변호사로서 도울 일을 생각하다가 김성은군의 케이스를 한국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하였다.

대부분의 미주 동포들은 한국 국적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이란, 2005년 유승준사건으로 인해 불거진 편법적 병역기피와 원정출산을 막기위한 방법으로 개정된 국적법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소기 적용대상인 병역기피 목적의 복수국적자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 살고 있는 선의의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도 확대 적용됨으로써 여러가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속지주의) 일지라도 출생 당시 부모들이 영주권자나 미국 체류자였을 경우 한국국적(속인주의)까지 자동으로 부여받아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이에 해당되는 동포의 자녀의 수는 약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해외동포 2세는 18세 되어 제 1 국민역에 편입이 된 경우 3개월 동안만 국적이탈이 가능하고, 이 시기를 놓칠 경우에는 만 38세가 되어 병역의무가 면제되지 아니하는 한 국적이탈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의 수많은 해외동포 2세들은 모국으로의 유학, 봉사활동 참여 및 취업등 한국 진출에 발목을 잡히고 있고 또한 미국에서는 2세들의 공직 진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런 연유로, 글로벌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 자녀들이 고국이나 해외에서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재 미국 전역에서 국적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헌법소원의 핵심은 현행 국적법이 적법절차(Due Process)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해외동포 2세는 본인이 이중국적자란 사실을 모르고 또한 한국 국적법의 개정사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통지(Notice)도 없어서 법안을 알지 못한다. 땅덩어리가 큰 미국에 대한민국의 영사관의 수는 너무 적어(10곳) 법안을 알리고 신청절차를 밟기는 거의 힘든 상황이다. 더우기, 담당자마저도 법의 설명이 각기 틀린 실정인데, 한국말도 서툴고 국적법 이해도 불가능한 해외동포 2세들에게 국적이탈 절차를 밟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인 것이다.

두번째, 국적법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다. 병역기피 목적없이 해외에서 태어나 거주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일률적으로 20년간 국적이탈이 불가능하도록 규정한 것은 오직 행정편리만을 추구한 것이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 일부 정치인의 정치적 이익추구가 지나쳐 포플리즘으로 흐르다보니 병역기피의 목적이 전혀없는 외국거주 기반의 선천적 복수국적자들까지 국적이탈의 자유를 부당히 제한하여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반하게 되었다. 이번 헌법소원은 병역의무가 해당되는 사람에게 병역 면제특권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국적이탈 신고를 일정기간내에 하지 않았다고 하여 병역의무를 부과하거나 혹은 국적이탈을 만 38세까지 못하게 하는 부당한 국적법을 시정하여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헌법소원이 제기 된 후, 법무부에서는 재외동포에 관한 관련법규 홍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일정한 유예기간을 주어 국적이탈을 허용하게 하거나 혹은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의 폐지를 재고하여야 한다.

시대가 변했다. 법안이 만들어졌던 2005년에 비해 현재는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현재는 국제화 시대와 글로벌 인재의 국내 유입을 부르짖고 있지만 현실과 법과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만 가고 있다.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라도 인재를 인재로 키워 국익과 세계화에 맞는 제도와 법을 만들어 한국인과 해외동포 모두가 하나되고 서로 윈윈할 때가 왔다.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미주 전역에 퍼지고 있는 국적법 개정 서명운동의 법적 가이드라인이 되어 국회 입법개정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미주한국일보 뉴스 http://www.koreatimes.com/article/813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