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 부인이 보낸 대통령 탄원서에 대해 약 한달 만에 법무부 장관과 병무청장의 회신이 필자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두 회신은 37세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국가유공자 아들이 아버지 안장을 위해 한국에 가면 국적이탈 미신고자의 병역의무로 인해 미국으로 돌아올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명확한 답변을 밝히지 못했다.
법무부는 법과 사실을 제대로 분석 및 적용을 못했고, 병무청은 구체적인 답변 없이 단지 법조항만 열거한 것에 불과했기에 필자는 두 부처에 각각 보충 설명을 요청해 놓은 상태이다.
먼저 법무부는 해외동포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국적이탈에 대한 개별적 통보를 하지 못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고, 통보하기는 어려운 점을 깊이 양해하여 주길 바란다고 했다. 국가기관에서 ‘양해’해 달라는 것은 일종의 권한 남용이고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개별적 통지가 없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을 못한 경우, 병역 의무 부과와 미국 내 공직, 정계 진출 장애 등의 불이익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것은 국적선택의 기회를 보장하여야 할 정부의 직무는 유기하면서도 그로 인한 불이익을 한인 차세대에게 고스란히 강요하는 것과 같다. 해외동포의 경우 사실상 개별적 통지를 받지 못하면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하는데 국내에서의 통보에 비교하면 너무 차이가 나는 차별적 대우이기에 결국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맞지 않다.
한편 법무부가 미처 못 본 것은 국가유공자 아들은 37세이기에 개별적 통보와 상관없이 국적이탈의 기회까지 박탈된 위헌적인 케이스인 것이다. 2005년 소위 홍준표 법이 통과될 때 1983년 5월 25일로 소급 적용되었기에 1986년생인 국가유공자 아들은 18세가 이미 넘었기에 국적이탈의 기회 조차 없었던 피해자이다.
법무부는 한국 방문에 대해 외국 여권으로 단기간(90일 이하) 친척 방문 등 목적으로 대한민국 출입국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가유공자 아들처럼 국적이탈 미신고자가 병역기피자로 간주되어도 안전한 한국 방문이 가능하다는 법 규정이나 설명이 빠져 보충 설명을 요청했다. 반면 병무청 회신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병역법 시행령 제14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37세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되어 국외여행허가의무 위반으로 고발되지 않는다고 했다. 따라서 국가유공자 아들은 국외여행허가 규정에 근거하여 한국 방문과 체류 기간이 적용된다는 뜻인지 불분명하여 보충 설명을 요청했다.
끝으로 법무부는 국가유공자 아들에게 “국적법 개정으로 국적이탈 신고 기한(18세 3월말)을 도과한 복수국적자도 국적심의위원회를 거쳐 국적이탈이 가능하다”고 안내해 주었다. 그러나 국가유공자 아들은 예외적 국적이탈허가 신청조차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적이탈의 선행조건으로 부모의 국적 상실신청, 혼인신고, 및 출생신고 등을 해야 하는데, 국가유공자 아들 처럼 부나 모의 사망 및 이혼 가정 등의 경우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국적이탈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37세로 유엔에 근무하는 국가유공자 아들에게 출생신고와 국적이탈을 집요하게 요구해서 얻어지는 한국의 이익은 무엇이란 말인가?
국가유공자 아들이 바라는 것은 하루속히 병역기피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아버지의 유해를 한국의 호국원에 안장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원서를 낸 이유는 어느 특정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전 세계 한인 차세대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국적 법으로 개정해 달라는 호소인 것이다.
결국, 법무부가 인정했듯이 해외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주소지 파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현행법은 실효성이 없는 법안이다. 법무부는 현행법이 개별적 통보가 없는 ‘적법 절차 (Due Process)’ 위반을 알면서도 ‘양해’를 구한 것은 법의 개선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 기본권 침해적 해명이라 할 수 있다. 실효성 없는 위헌적 법안에 대해 행정력이 못 미치니 ‘양해’해 달라고 한다면 국가기관이 왜 존재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을 위해 총대 매는 사람이 없다.
<전종준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