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다가 불현듯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양가 부모의 반대도 무릅쓰고 너무 거시기 했던 두 연인, 잠시 정신을 잃은 애인을 죽은 줄 착각하고 그만 독을 마신다. 너무 거시기 하기에 이 세상에서도 저 세상에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으리라.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애인, 그러나 옆에 누워있는 독 마신 연인을 발견하고 또다시 정신을 잃을 만큼 흐느낀다. 그러다가 독약이 들어있던 병을 들어 따라 마신다. 그러나 이미 빈 병이었다.
“야속한 사람, 좀 남겨 놓고 마시지 않고”라고 독백하며.이제는 칼을 뽑아 든다. 그리고 칼에게 말한다. “칼아,나의 가슴이 너의 칼집이다.”
너무 거시기 하기에 두 연인은 못다한 사랑을 다 이루지 못하고 그렇게 나란히 누워야만 했던가.
이렇게 로미오와 줄리엣은 막을 내린다. 너무 거시기 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승화시킨 세익스피어의 끝맺음은 과연 비극 속의 희극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너무 거시기 하기에 너무 멀어진 사람들을 본다. 정말 거시기 하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정말 거시기 하는 것일까?
우리는 속과 겉이 다른 거시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혼자 아는 친구의 흠을 덮어지기 보다는 이용하고, 배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너무 거시기 하기에 즉 너무 가깝기에 겉과 속이 같은 거시기를 할 수 있을까.
가까운 만큼 멀어지고, 먼 만큼 가까워지는 것이 우리의 만남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을 착각에 불과한 것. 정녕 말보다는 가슴이 앞설 때 겉도 거시기하고 속도 거시기 할 수 있으리라.
누군가 음악은 사랑의 표현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음악을 듣다가 불현듯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나보다.
18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