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속에 천사가 있다
“덥다 덥다” 하면서 지내고 나니, 어느 새 가을 냄새가 난다.
아침마다 애견하고 공원을 걷는 것이 상쾌하고 기다려지기까지 한다. 준비하고 나오면서 차안에서 하루를 설계하고, 사무실로 들어가 둘러보는 것이 나의 일상의 시작이다. 언제나 같은 시간, 언제나 같은 주차자리, 그것이 조금이라도 흐뜨러지면 뭔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사무실에 도착했다. 내가 항상 주차하는 곳 옆에 옷가지와 이부자리등이 너저분하게 널려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지금 막 잠에서 깬 듯한 흑인노인 노숙자가 눈에 들어 온다. 주차장 옆의 잔디에서 하루밤을 보낸 것 같았다. 전에는 없었던 일인데 다 처음있는 일이라 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할 수 없이 차를 좀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사무실로 가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발길을 옮겨서 수염덥수룩한 노숙자에게로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 노인은 겁에 질린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내가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내가 자기를 쫓아내지나 않을까 겁을 먹고 있는 모습 같았다. 방어를 준비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불쌍하다기보다는 무서워 보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건넸다. 그리고는 “이것으로 아침을 사드세요. 이제 조금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주차를 하는 차들이 많이 올 것이니 자리를 옮겨 주시면 좋겠어요” 라고 했다. 돈을 건네 받는 순간, 그의 얼굴은 마치 어린아이같이 커다란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는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받고서 매우 행복했던 것 같았다.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섬주섬 옷가지를 거두는 그 손길이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았다.
그 노인을 뒤로하고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만약 내가 그 노인이 거기 있던 것을 불평하고 투털거리고 들어왔다면, 나의 하루는 어두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감사보다는 불평을 하기가 쉬운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이지만 조금만 마음을 돌린다면 세상이 훨씬 좋아 보일 것이다.
내가 다가 갔을 때, 그렇게 무섭게 보이던 그의 얼굴이 짐을 치우며 행복해하는 노인의 얼굴을 보니 마치 천사가 보이는 듯 하였다. 그렇다. 모든 생각과 행동은 나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왜 저기서 저러고 있는 것이야?” 하며 짜증을 부리고 사무실로 들어 갔다면 하루종일 어두웠을 마음이 자그마한 정성을 베풀고 나니 그도 행복해지고 나도 뿌듯해진 것이다.
내 마음이 천사이었을 때, 비로서 다른 사람속에 있는 천사를 보게 되는 것이다.
집은 좁아도 살 수 있지만, 마음이 좁으면 살 수 없듯이, 마음속에 다른사람이 머물 공간이 없다면 참으로 삭막할 것이다. 그러나 슬쩍 조그마한 공간이라도 만들어 주면, 그 속에 천사가 머무는 것 같다.
곡식이 익어가고 나무도 짙은 색으로 갈아 입는 이 수확의 계절 가을에 우리 모두 내 속에 천사를 꺼내어 다른 사람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마음을 나누면서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더불어 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