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커피팟에서 나오는 커피를 기다리며 그 향을 음미할 수도 있고?‘바빠 죽겠다’며 채 내리지도 않은 커피를 습관처럼 들고 나가는 수도 있다.
또, 하루의 일과는 어떠한가? 아무리 바빠도 밀리는 교통 체증에서 혼자 나를 수 없고?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갈 수도 없다. 그 기다림은 질서를 잡아주는 기다림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기다림을 가슴 아파하고, 심지어는 화내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걱정부터 미리 하면서 화를 내며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좋은 결과를 미리 예상하면서 웃으며 설레일 것인지 그 선택은 나에게 있다.
오랜 변호 업무를 하면서 두가지 유형의 의뢰인을 만나게 된다.
한 의뢰인은 “이민국이 움직이질 않으니 좀 기다려 주세요” 하면 “알았습니다”라며 원하는 답은 아니어도 그냥 기다려 주는 분들이 있다.
반면 다른 의뢰인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한 것이 무엇이 있어요?” 하며 사무실 분위기를 다 망쳐놓는 분도 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빨리 처리해서 될 일도 있지만 이민국 업무 일처리까지 대신 해 줄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할 따름이다.
사람의 인격은 급하고 어려울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강단위에 서서 믿음을 가르치는 분들도 기다림이 길어지면 소리를 지르기도하고 모든 서류복사를 요구하며 ‘변호사를 바꾸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분들도 있다.
또한, 일이 원하는 시간표대로 진행되지 않아 미안한 마음으로 있는 사무실 직원들에게 “괜찮아요. 다 이유가 있을거예요”라며 오히려 격려를 해주고 나가는 분들을 보면 반드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안에서부터 올라옴을 느낀다. 기다림을 불평으로 맞을건가 아니면 감사로 맞이할 건가는우리의 선택이다.
몇년 전, 이상하게 영주권 신청이 지연되고 말썽을 부리던 케이스가 있었다. 신청자는 불평을 하면서 고함을 지르기도 했지만, 난 그분에게 “앞으로 큰 일을 하실 것 같네요”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 분은 내말에 더 큰 화를 내기도 했지만, 나중에 한국 정부의 고위직에 임명되었다.
만약에 영주권이 예상대로 나왔더라면 아마도 그의 공직 임명은 어려움에 봉착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되는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다림을 감사로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걱정과 불평 대신에 그 뒤에 숨어 있는 ‘변장된 축복’을 미리 보는 눈이 생긴다. 과정이나 결과에 예속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뒤 기다림속에서 성장을 꿈꾸며 감사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다.
기다림을 나 자신 중심의 이기적인 생각으로 집착할 경우 뜻대로 안되면 불평이 된다.
그러나 기다림을 타자 중심의 이타적인 생각으로 하면 이해와 감사가 싹튼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다림이 고통이 될지 모르지만?이웃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다림이 기대가 된다.
기다림을 배우고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으면 성숙을 기대할 수 없다.
자신 자신을 위한 기다림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이웃과 함께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기다림이 외롭고 초조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고 시간이 멈춤을 느낄 수 있다.
기다림 가운데 감사를 하느냐 아니면 불평을 하느냐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성숙해 질수도, 뒷걸음쳐질 수도 있는 것이다.그러나 기다림을 가슴설레는 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감사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는 것이다.
밥을 지으려고 해도 뜸을 드려야 하고,
술을 빚으려고 해도 발효가 되어야 하고,
삶을 만들려고 해도 때를 기다려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기다림을 즐기며 기다림 뒤에 다가 올 성숙한 미래를 꿈꾸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