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씸한 일본인

한국 방문중 정신대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퇴촌마을을 찾았다.
그 날은 우연히도 수요일 오후였다. 매주 수요일이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본 대사관 앞에서 데모 하는 날이다. 그러나 그 날만은 정신대 할머니들이 미국에서 온 레인 에반스 미연방하원의원 일행을 만나기위해 데모마저 포기하고 기다리셨다.
정신대 할머니와의 귀한 만남 후, 몇 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눴다. 그런데 내 앞에 앉아서 식사하는 한 젊은 청년이 눈에 띄었다. 그는 아까부터 카메라를 들고 우리의 일거일동을 찍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청년은 바로 일본인이 였기 때문이였다. 그는 3년전부터 퇴촌마을에 와서 정신대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정신대 운동을 하고 있단다. 그의 한국말 솜씨도 보통이 아니었다.
한번은 퇴촌마을에서 카메라를 구입하는데, 한국제품을 살 것인가 일제를 살 것인가를 고민하였단다. 품질이 좋은 일제를 살까 했더니, 이 청년이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리서치를 하기 시작했다. 살려고 했던 일제 상품의 회사가, 일본의 왜곡 교과서를 후원하는 업체라는 것을 발견하고, 불매운동을 해야 된다며, 굳이 한국카메라를 고집했다고 한다.
집안에서 반대하지 않냐고 물으니, 아버지가 보수적인 일본 경찰이라 지금은 자기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결혼에 대해서 물었더니, 일본 대사관 앞에서 데모를 하다가 인권운동하는 독일 아가씨를 만나게 되어 결혼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독일 사람과 결혼하면 일본 국적을 포기 할 생각이 있냐고 하니, 일본국적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 이유인즉, 자기가 일본국적을 포기하면, 일본의 잘못된 정책을 반대하는 한 표가 사라지기 때문이란다.
아니 도대체 이 청년은 누구란 말인가. 자기 가족과 민족 까지 등 지면서 정의편에 서기를 꺼리지 않는 이 청년. 배타적인 민족주의 앞에 몰매맞고, 왕따 당 할 그 외로운 길을, 기쁨으로 걷는 이 청년. 그는 분명 일본사람의 눈으로 보면, 괘씸한 일본인임에 틀림없다.
요즘 독도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신대 문제 뿐만 아니라 독도 문제에서도 또 다른 괘씸한 일본인이 나서리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정의는 반드시 밝혀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