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안타깝게 한 세월호

세월을 안타깝게 한 세월호

세월호가 침몰했다. 한국이 침몰했다.
어린 학생들이 그토록 설레임으로 기다리던 수학 여행의 기대가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는 “한국이 시험대 위에 올랐다” 라는 제목의 글로 세계가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모두가 입을 모아 인재라고 한다. 빨리 빨리로 대충 대충하는 사회, 편법에 능한 자가 출세하는 불신사회, 책임 전가에만 급급한 공무원, 안전 불감증에 기본을 무시한 사회적 병폐등이 인재를 불러왔다고 한다. 그러나 연이어지는 한국의 인재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해서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번 침몰 사건을 통해 우리는 배움과 교훈이 있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안도 찾아야 한다. 세월호를 비롯해 한국에 인재가 많은 가장 큰 이유는 타인의 생명에 대한 존중이 약해서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다면 공사도 좀 더 신중히 했을 것이고, 함부로 배를 규정에 어긋나게 개조하지 않았을 것이고, 어설픈 항해사에게 배의 조타를 맡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저 나의 편리와 이윤, 회사의 이익만 생각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즉 이런 인재의 본질은 이기주의 때문인 것이다. 나 중심적 사고로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식의 풍조가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와 나눔이 없는 메마른 사회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타자를 생각하는 기본인데 이번 세월호 침몰에서는 여자나 어린이 같은 약자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까지 침몰해 버려 이기주의적 한국사회의 진면목이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있는 자의 ‘신사도 정신’은 이기주의 앞에 무참히 짖밟힌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현시대의 절대가치인 ‘성공’을 위한 무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사회 깊숙이 자리잡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남을 위한 배려와 양보는 손해’라고 가르치는 현대의 교육은 이기주의만 살찌운다. 서로 잘되는 사회가 아니고 상대방이 나보다 못해야 내가 잘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먼저 도망친 부끄러운 선장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종종 한국과 한국민을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으로 표현하는 것을 듣는다. 세계 12위 경제대국이지만 동시에 OECD 국가 중 행복지수 꼴찌인 한국을 잘 나타낸 말이다. 한국이 ‘성숙한 국가, 행복한 국민’으로 변하려면 먼저 생각의 혁명이 필요하다. 내 중심적인 생각에서 남을 먼저 배려하는 생각으로의 전환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생각의 혁명이 요구되는 것이다. 사람을 연결하는 것은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생각의 혁신’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적 삶의 문화를 바꾸는 것은 생각의 혁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오직 새로운 생각의 혁신이 사람과 세상을 제대로 변화시킨다.

나눔과 배려는 결코 손해가 아니다. “남이 행복해져야 내가 행복해진다”는 생각의 문화를 통해 우리 모두가 윈윈(Win-win)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사람의 생명을 우선하고 또한 존중하는 이타적인 생각으로의 전환이 한국을 정신적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주목이 집중된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은 한국을 ‘성숙한 국가, 행복한 국민’으로 떠오르게 하는 이정표가 될지 그 귀로에 서 있다. 한국의 미래는 새로운 생각의 패러다임 구축에 달려 있다.

이번 침몰사고로 생명을 잃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바라기는, 한 생명이라도 더 구조되어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