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배워서 남 주자

봄이 왔나 싶더니 한 겨울인 양 눈이 펑펑 쏟아지기도 한 한주였다. 많은 분들이 코로나로 인해 마음대로 활동하지 못해 답답한 가운데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사람 마음이 이상하여 그냥 안 나갈 수 있는 상황도 많은데 못 나간다고 생각하면 마치 창살없는 감옥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작년부터 점진적으로 활동이 재개되면서 워싱턴 탁구협회에서는 시니어나 여성 등 탁구 초보자를 대상으로 무료 탁구 교실을 개설하였다. 많은 분들이 탁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어려서부터 탁구대는 흔히 볼 수 있는 게임 기구 중에 하나였고 학교나 웬만한 단체에서는 다 한대쯤은 갖고 있었기에 낯설지 않은 운동이었던 것이다.

워싱턴 탁구협회에서는 탁구 잘 치는 몇 사람들끼리 모여서 시합하고 탁구대회 나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동포사회에 탁구를 보급하고 탁구를 통해 건강한 마음과 몸 그리고 탁구치는 재미를 알려주자는 목적으로 탁구교실을 시작하였다.
10여년 전에 내가 탁구협회 회장을 할 때에는 국제 탁구대회를 여러 번 개최하여 한국과 미국의 최고 선수들이 참가한 탁구 잔치 한마당으로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회장이 되어서는 ‘치는 탁구 보다는 쳐 주는 탁구’로 바꾸어 탁구 선수가 아닌 일반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 탁구협회의 새로운 방향이다.

감사하게도 작년 말에 애난데일에 있는 메시야 장로 교회에서 탁구 칠 공간을 제공해 주어서 시니어 분들이 탁구로 건강을 되찾는 터전을 마련하였다.
탁구에 기초가 전혀 없는 시니어들은 엄두도 못냈었고 또한 건강도 따라 주지 않아 주저했는데 막상 탁구를 시작하고 보니 무료로 탁구도 가르쳐 주고 같이 쳐주는 것에 감격했고 또한 밖으로 나온 해방감도 만끽했다고 하셨다. 어느 운동이나 그렇듯이 누구도 초보자와 같이 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탁구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탁구공을 주고 받으면서 마음까지 주고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하신다.

그러나 올해 초 또 다시 오미크론으로 인해 잠시 탁구 교실의 문을 닫았다가 지난 주 부터 메시야 교회의 평생교육원에서 탁구 교실을 시작하며 무려 50여명이 등록을 하여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현재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진행되고 있는 탁구 교실은 탁구 협회의 황학성 선교사님이 헌신해 주고 있다. ‘거저 받은 것 거저 준다’는 마음으로 예수 탁구를 전하시는 황선교사님은 무료로 탁구를 쳐 주다보니 내 몸의 건강 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두배로 좋아져 탁구 봉사가 자신의 보약이라고 하신다.

혼자 탁구 치는 것 보다는 남을 위해 탁구를 쳐주면서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는 것이다. 그동안 동포 사회에서 탁구 협회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여러분의 후원과 성원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탁구 초보자들에게 탁구를 가르쳐 주고 함께 쳐주는 봉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 탁구 협회의 뜻이다.
탁구 교실을 통해서 탁구를 배우고 잘 치게 되면 그 분들이 이제는 배운 탁구 실력을 못 치는 이웃에게 다시 전하여 ‘탁구 배워서 남 주자’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힘을 키울 수 있길 바란다. ‘남의 손을 씻어 주다가 내 손 마저 깨끗해진다’ 했듯이, 남을 위해 탁구를 쳐주다가 내 자신의 건강까지 좋아지는 역설적 축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탁구협회의 보람이다.

팬데믹의 힘든 상황속에서도 동포 사회를 위해 탁구 교실을 오픈해 주신 워싱턴 메시야 장로교회와 한세영 목사님, 탁구 레슨으로 봉사하시는 황학성 선교사님 그리고 탁구 협회 임원 여러분에게 감사와 감동을 전한다.

<전종준 / 변호사, VA>

<출처: http://dc.koreatimes.com/article/20220316/1406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