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발령 가로막은‘홍준표법’

내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이로 인한 해외동포의 표심잡기의 일원으로 선천적 복수국적 이슈가 철새처럼 다시 거론되고 있는 와중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사연인 즉 메릴랜드의 문모씨는 아들이 미 공군 장교로 주한 미군으로 발령이 났으나, 공군 측에서 아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이기에 한국 발령을 취소하였다고 한다. 문씨는 자신이 영주권자일 때 아들이 미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 출생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문씨는 자신의 아들이 한국의 이중국적자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문씨의 아들은 미 공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공군 장교로 근무하던 중 주한 미군 발령이 났다. 미 공군 측에서는 문씨의 아들에게 미국 출생 당시 부모의 신분 관련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였다. 아들의 출생 당시 문씨 부부는 영주권자였기에 영주권 사본을 제출하니, ‘아들이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했냐’고 다시 질문하여, ‘그런 법이 있는 줄 몰라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 공군 측은 아들이 한국법에 의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기에 한국 발령을 취소한다고 통보를 하였다.

미 공군은 문씨의 아들이 홍준표법에 의해 한국으로 갈 경우 병역기피자가 되어 한국 군대에 징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발령을 취소했거나 또는 한국 복수국적으로 인한 보안상 우려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문씨의 아들은 부모의 모국인 한국으로 발령되는 것을 매우 바라고 기대했었는데 결국 홍준표법에 의해 모국과의 인연을 끊어야만 했다. 문씨는 “우리 아들과 한인 2세 모두에게 모국과 멀어지게 하고, 미 주류사회 진출을 막는 것이 한국의 국민정서인가”라고 하소연하였다.

또한 문씨의 딸도 사관학교를 나와서 현재 장교로 근무하고 있는데 여성의 경우도 2010년 부터는 국적선택 불이행시 국적자동상실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한국 국적을 보유하게 되어 앞으로 승진이나 보직 받을 때 복수국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염려한다고 했다. 최근 여성의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결과 사전심사를 통과하여 본안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미 공군 뿐만 아니라 미 국무부도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정에서도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배제하고 있어 앞으로 다른 여러 미 연방 정부 부처에서도 홍준표법의 적용이 갈수록 퍼져나가 한인 2세에게 불리한 조치를 할 것이기에 하루속히 국적법 개정이 절실하다.
그동안 잠잠하던 한국 정부나 국회가 내년 대통령 선거가 임박하자 갑자기 해외동포의 안건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9월 헌법소원에서 헌법불합치 승소결정을 헌법재판소에서 받은 지 벌써 1년이 지나도록 국회에 대체 법안 조차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때만 되면 반짝하는 철새 공약을 다시 보는 듯 하다. 심각한 문제는 선천적 복수국적의 피해자가 소수인 것으로 착각하고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가해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소극적인 땜질식 입법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외 현지 실정을 무시한 탁상공론이자 또 다른 시행착오인 것이다.

원정출산과 병역기피자를 막기 위한 홍준표법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병역과 무관한 이민 출산까지 잘못 확대 적용하고 아직도 이를 시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홍준표 뿐만 아니라 여당, 야당 모두 국가적 책임이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주 전역에는 약 20만 명의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있으나 아직도 자신이 선천적 복수국적자 인 것을 모르는 한인 2세가 80% 이상이다. 현재 복수국적으로 인해 피해를 당하고 있거나 혹은 알면서도 몰래 범죄자 처럼 숨기는 잠재적인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미 공직이나 정계 진출 등에 크나큰 족쇄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전반적인 국적법 개정이 시급한 때이다. 즉 피해자의 규모는 소수가 아니라 미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외동포 2,3세를 포함하는 다수라는 것이다.

제안하기는 남성의 경우 2005년 홍준표 법 이전으로, 여성의 경우는 2010년 국적법 개정 이전으로 다시 돌아가 미국 태생 한인 2세가 한국국적선택불이행시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게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한국의 세계화를 위한 선천적 복수국적 이슈는 선거철 이슈가 아니라 헌법적 인권 이슈이기 때문이다.

<전종준 / 변호사, VA>

<출처:http://dc.koreatimes.com/article/20211101/1387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