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관계의 시작이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산책을 나가면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도 나오고, 벌써 옷을 다 벗어버린 나무들도 보인다. 집 뒷마당에 있는 감나무에서 나온 감이라고 주기도 하고, 농장가서 따온 사과라고 주고 가는 지인들도 있다. 너무 감사하다. 그 사과와 감을 보고 나를 생각해 준 지인이 너무 감사한 거다.

내 지인 중에 한 분은 멀리서 사는데 이곳에 오면 가끔 내 사무실을 찾아오는 분이 있다. 가끔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 서슴없이 무명으로 돕고 가는 그런 분이다. 어느 날 사무실에 오셔서 “어디를 돕고 싶은데 어디가 좋겠냐”고 물어보아서 밀알 선교단을 추천해 주었다. 밀알선교단에는 장애인들을 수송하는 두대의 미니밴이 28만과 35만 마일을 달려 언제 설지 몰라 불안해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 분은 서슴없이 미니밴 두대를 기증하겠다고 했다.

장애자 사역을 하는 밀알선교단에서는 장애인 수송이 장애인에게는 손과 발이 되는 아주 중요한 사역 중에 하나이다. 장애인의 차량편을 돕지 않고는 장애인 사역이 어렵다고 한다. 지인은 약자 중에서도 특히 소외된 노인이나 장애인에 대해 큰 관심이 있다고 했다. 밀알의 어려움을 듣고 그는 넉넉하지 않은 어머니가 행상들을 집에 불러서 밥 먹이시는 것을 보고 자라서 남을 돕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자신은 그동안 많은 것을 받았기에 이제 자신도 남에게 베풀 때가 되었다고 했다. 많은 것을 받은 사람이 설령 그 분 뿐이겠는가? 돌아보면 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돈이 있다고 다 남을 돕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다고 해서 남을 못 돕는 것 또한 아니다. 내가 비록 돈이 없어도 감사의 생각이 있으면 풍족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감사 하지 않는 사람은 받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혹은 상대가 더 이상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사를 모르는사람들은 남에게 준 것은 기억해도, 받은 것은 쉽게 잊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기적일 확률이 높다. 감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외로움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피하거나 거리를 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감사는 생각이다. 내가 받은 것을 생각하는 것이 감사의 시작이다. 영어로 ‘감사하다’는 ‘Thanks’ 이다. 900년 전의 고대 영어와 중세 영어에서는 ‘Thanks’ 는 ‘Think (생각하다)’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었으며 ‘감사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감사가 관계의 시작이다. 감사의 생각은 나눔의 출발점이 되는데 그 이유는 감사하는 사람은 남의 필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분이 그랬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남의 필요를 보고 조금이라도 도우려고 하고 서슴없이 손을 내미는 분이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차가 생기길 장애우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했다고 하는데 정말 기적같이 늦가을에 차가 한대도 아니고 두대가 생긴 것이다. 밀알 나눔의 현장에서 나는 지인에게 “혹시 등 뒤가 가렵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왜요?” 라고 반문을 한다. “등에서 날개가 나올라고 해서요”라고 했더니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웃음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감사를 아는 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필요한 것을 주면서 감사하고 행복해하고, 또한 받는 이들의 기쁨속에서 감사의 기적을 보았다.
이번 추수감사절도 모두에게 감사의 생각과 배려로 가득찬 축복의 감사절이 되길 바란다.

<전종준 / 변호사, VA>

<출처: http://dc.koreatimes.com/article/20221117/1441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