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구제 못하는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

2020년 9월 헌법재판소의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법무부가 지난주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에 관한 수정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이번 수정안도 첫번째 졸속 개정안처럼 법 조항이 모호하여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없기에 위헌의 소지가 그대로 남아 있다.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5가지 조건을 충족한 뒤, 마지막으로 법무부 장관의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철통같은 6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그럼 과연 5차 헌법소원의 당사자인 크리스토퍼 멜베이 군이 18세 이전에 한국 국적을이탈을 못해 병역을 필하지 않는 한 37세까지 국적이탈이 불가능하게 된 것에 대한 피해 구제가 가능한지 분석해 본다.

첫째, 외국에서 출생하여 외국에 주소를 두고 있을 것. 지난 번엔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자만 신청 할 수 있었다.
둘째, 출생 이후 계속하여 주된 생활근거가 외국에 있을 것. 지난 번엔 한국을 한번이라도 방문한 자는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
셋째, 대한민국의 국민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상당 기간 동안 누리지 않았을 것. 멜베이군은 혜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없애 달라는 것인데 아직도 피해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더우기 대한민국의 국민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고 또한 상당 기간은 얼마를 뜻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넷째, 사회통념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로 국적 이탈을 하지 못하였을 것. 여기에서 사회통념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고, 멜베이군과 같이 대부분의 해외동포 2세들은 국적이탈 의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이것도 해당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오히려 미 연방정부가 한인 2세에게 한국 복수국적자인 것을 통보해 주는 상황이 되었다. 멜베이 군과 같이 국제 결혼한 가정이나 부나 모의 사망 및 이혼 가정 등의 경우는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를 해 준다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 국적이탈이 불가능한 사례가 있다. 시대에 낙후된 국적법 시행령에 관한 제 7차 헌법소원이 사전심사를 통과해서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다섯째,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함에 따라 외국에서의 직업 선택에 현저한 제약이 있거나 이에 준하는 중대한 불이익이 있다고 인정될 것. 여기서 직업 선택에 현저한 제약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중대한 불이익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인정받게 되는지가 불확실하다.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미 핵잠수함 지원서에는 복수국적자는 지원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멜베이군이 지원조차 못하는 경우는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 CIA나 FBI 등에 지원할 때 신원조회시 불이익이 생겨서 예외적 이탈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절차를 다 거치고 나면 이미 1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 공직 진출은 아예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해 주어야 하는데 이처럼 피해 구제 효과가 없는 개정안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살펴보았듯이, 이번 개정안은 절차, 기간, 요건 등 법의 명확성과 예측가능성의 결핍으로 집행자의 자의적 법 집행이 우려되는 바 위헌의 소지가 남아 있다.
원칙적으로 한국은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주권자가 미국 국적을 획득하면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된다. 그런데 유독 병역과 무관한 미국 태생 혼혈 멜베이 군에게 국적이탈의 의무를 부과해서 얻어지는 한국의 이익은 무엇인가?

더 나아가 멜베이군이 복수국적의 족쇄를 풀지 못하게 까다로운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를 추진하는 법무부의 의도는 정녕 한국의 국민정서인가?
결국 법무부의 탁상 행정식 개정안은 인권 침해이며 헌법 위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홍준표 법 이전의 국적자동 상실제도를 다시 부활하는 것이 헌법 취지에 맞다.

<전종준 / 변호사, VA>

<출처: http://dc.koreatimes.com/article/20220201/1400321>